Ph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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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4.0] 전장의 크리스마스
2024.11.21

전장의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
 
데이비드 보위가 격렬하게 키스하고 키스받은 사카모토 류이치는 기절하는 영화
 
진짜 너무 보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였다... 당연함 보위옹도 좋아하고 사카모토 류이치도 좋아함.
작년에 잠깐 개봉했을 때 못 본 걸 두고두고 후회했는데 이제야 이걸 정식개봉 해주는구나
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군과 사로잡힌 영국군 포로 간에 있던 이야기이다. 동성애를 하다가 걸려서 고문받고 할복하는 조선인 보초병이 나오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원작에 있는 장면이래지만) 굳이 창씨개명당한 조선인이 일본군들에게 아웃팅당하고 린치당하다가 처형당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은 인상깊다. 주연과 감독이 알아주는 좌파 반전주의자들 아닌가... 우리가 전쟁을 주제로 한 창작물에서 가장 첫 번째로 목도하는 불합리와 야만의 희생양이 조선인 징용자라니.
 
일본군들에게는 포로가 되느니 명예롭게 자결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기에 일본군들은 포로가 된 영국군들에게 내가 너희라면 자결했다 등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이지만 그건 영국군도 마찬가지다. 일본군은 영국군들에게 죽는 게 두려운 겁쟁이라고 했지만 영국군들에게 일본군은 내일을 맞이하는 걸 두려워하는 겁쟁이일 뿐이다. 
 
감독과 주연배우가 알아주는 좌파 성향이라 그런지 성향이 잘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장면은 역시... 포로로 잡힌 셀리어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든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로렌스를 범인으로 정해 처형하겠다고 하는 장면. 당신의 원칙을 위해 죽는 겁니까? 그래. 넌 나를 위해 죽는다. 
말이 안 통한다거나 나댄다(;)는 이유로 로렌스를 포함한 포로들을 폭행하는 데에 꺼리낌이 없던 하라 상사가 크리스마스 산타를 자처하며 누명을 쓴 로렌스를 구해주는 장면은 어떤 울림이 있었다. 가장 불통할 것 같은 인물이 사실 용서와 화합과 사과와 소통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니
 
그리고 새삼 이 영화의 주제곡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말인데... 피아노 편곡본보다는 오리지널이 더 좋다...
 
로렌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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