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뮤지컬
2024.12.07. 남동소래아트홀 소래극장
문성일 김지훈 김지혜 송영미 서원
모 배우를 좋아하는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해줘서 보게 된 작품. 장르는 조선 배경 국악 스타일의 블랙코미디 풍자극 뮤지컬인 것 같다.
뮤지컬을 안 본지 되게 오래됐다. 뮤지컬이든 콘서트든 빵빵한 음향으로 바닥 둥둥 울리고 바닥 타고 몸까지 덜덜 진동 울리는 그런 느낌을 사랑하는데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했다.
그때그때 시국 따라 즉흥적으로 세부 디테일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근데 이 날 당일 아침 뉴스까지 반영해주길래 신기하기도 하고 와 이거 괜찮냐 싶기도 하고.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많지만, 뮤지컬이나 연극은(그렇게 유의미하게 많이 본 건 아니지마는 짧은 식견으로나마) 배우의 애드립이나 재연마다 바뀌는 디테일 같은, 그 공연이 이루어지는 당시의 일시성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잘 활용한 것 같다. 당일 뉴스 반영한 것도 그렇고 중간에 관객에게 키워드 받아서 즉흥극 만드는 것도 그랬고.
민중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불온서적을 규제하는 사또와 그 가운데서 조선 제일의 이야기꾼이 되려고 판을 펼치는 양반가 도련님 달수, 달수의 스승인 셀럽 이야기꾼(전기수) 호태, 그리고 전기수가 활동하는 곳인 매설방의 직원들이 주인공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금 이 시국에 너무 어울리는 극이 아닐까 싶다. 최근 한림원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강연 간담회 질의응답을 할 때 본인의 책이 유해도서로 지정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게 기억나서였다. 예술은 정치와 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프로파간다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자신들을 비판하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작품을 만든다고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유해도서로 규정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예술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소규모 극들은 제한된 무대장치, 제한된 소품, 제한된 인원을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인형이나 탈 같은 걸로 1인 n역을 하거나 극중극을 인형극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았다.
뮤지컬 하면 넘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역시 새가 날아든다 하는 넘버가 제일 임팩트있었다.
다음에 올라오면 디테일이 어떻게 바뀔까 싶어서 또 볼 의향도 있었고. 간만에 극장에 가서 즐거웠다. 공교롭게도 이런 사태가 터지게 되어서 뮤지컬 끝나고 여의도로 집회를 가기로 했었는데 덕분에 충만한 저항심을 갖고 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건 컷콜 때 촬영 허용이라길래 뭐라도 찍어보려다 실패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