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잘 만들었고 좋은 내용인데 그걸 상회할 만큼 역겹고 징그럽고 고어하고 기분나쁨
일단 감독 성향이 쥘리아 뒤쿠르노랑 비슷한 것 같음(로우/티탄) 개인적으로 티탄보다는 로우가 더 많이 연상됐음. 작중에서 불쾌함을 주는 요소가 기괴한 몸과 함께 '음식'이었다는 점임
그리고 이건 내가 로우 봤을 때 쓴 후기인데 이 영화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봄. 서브스턴스의 예시가 달걀인 것이나, 프랑스 요리 씬이나, 새우나...
그러나 로우가 극적으로 피식-포식관계의 반전으로 불쾌감보단 쾌감이 더 컸다면 서브스턴스는 이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가 '더 맛있는 음식이 되기 위한'(그리고 그것이 의미있고, 스스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쾌감이 압도적으로 큰 영화인 듯.
그렇다고 해서 리지가 남미새고, 흉자고, 백래시를 일으키는 페미니즘의 적이니 욕해서 마땅한가<당연히 아니지... 그는 평생 남성에게 평가당해왔고 평가당하는 중이며 앞으로도 평가당할 존재임 그러니 자신이 아름다워져서 남성들에게 인정받는게 자발적인 일이고 원하는 일이 된 거지
'모든 게 다 제자리에 있군' 이라는 대사가 제일 징그러움. 이목구비와 체형을 완전하게 조각조각내어 품평하고 등급을 매기는 일이잖음, 한우 품질 재듯이, 식료품의 질을 평가하듯이.
그 사장이 엘리자베스와 함께 식당에서 새우를 쩝쩝거릴 때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의 더러운,,, 느낌은 단순히 사장이 위생관념 없는 더러운 백인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식료품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로우 보면서도 얘기했던 것임) 시작할 때 지나가던 사람이 케첩을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바닥에 흘리는 장면부터가 복선이 아닐까 하고
리지에게 일어나는 신체 변형은 노화 뿐만이 아니라 등뼈가 기괴하게 부풀어오른다거나 하는 것이었고 몬스트로 엘리자수는 이목구비가 완전히 뒤섞인 고깃덩어리 같은 모습이 됨.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이 기괴하다는 걸 아는데 숨지 않고 꾸역꾸역 무대에 나오는 장면, 사실 난 거기서 영화가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대에 나가서 '괴물이다!' 하는 손가락질과 비명을 받으며 이리저리 밀쳐지고 공격당하는 장면까지, 어쩌면 그 뒤 멈추지 않는 피분수까지도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함. 미디어는 필사적으로 젊고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만을 내세우고 외모지상주의를 공고히 하니까. 엘리자베스를 외모에 집착하게 만든 건 거울이 아니고,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고 미디어의 외모지상주의임. 아무리 밀어내고 없는 것처럼 굴어도, 무대에서 강제로 끌려내려와져서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엘리자수는 존재하고, 계속해서 자신이 존재하노라 세상에 외치는데(관객한테 피를 흩뿌리는데)... 결국 미디어는 다시 엘리자수의 존재를 이야기하지 않을 거고 그렇게 바닥의 핏자국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처럼 엘리자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게 되겠지... 그래서 엔딩이 마음에 들음. 영화 초반부 오스카 스타 엘리자베스가 대중에게 잊혀지는 과정과 완벽하게 똑같지 않은지....
그리고 리지와 수는 정말로 동일인물인가? 하는 질문을 영화가 계속해서 던지는데...
작중에서 서브스턴스 공급자가 하는 말은 '둘은 한 명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란 말임. 그럼에도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를 걔(she)라고 부르고, 뭣보다도 수에 대해 투덜거리는 리지에게 공급자는 '당신이 원형입니다. 당신이 원하면 그만둘 수 있습니다.' 라고 하잖음. 이건 너무 원형(리지)와 복제품(수)를 본질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거... 라고 느껴졌음
예전에 어디선가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자신을 상상하지 못한다' 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음. 페이스앱에서 사진을 늙어 보이게 보정하는 필터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한 글이었는데 지금 찾으려니까 못 찾겠고, 하여튼 노화...나이듦이란 살아있다면 당연히 겪을 일인데 자신에게 노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굴거나, 늙어버리기 전에 죽겠다고 하는 이야기는 많고.
당장 수도 영원히 수일 수 없고 언젠가 리지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7일을 초과하면 리지의 몸에 노화나 변이가 생긴다는 걸 아는데 안정제를 수십일씩 뽑아놓잖음. 물론 당연하게도 안정제가 영원히 계속 나올 리는 없고 그런 짓을 할수록 자신이 '수'로써 존재할 수 있는 수명이 짧아진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리고 7일 주기의 균형을 잘 맞췄대도 그 짓거릴 30년동안 하면 수도 늙게 되어있는데? 마침내 엘리자베스를 죽여버리기까지 하는 건 또 어떻고?
ㄴ생각해보니 새벽에 안 자고 밤새고 운동안하면 추후 늙어서 몸상태 좆창난다는거 알면서도 이짓거릴 멈추질 못하는 나랑 다를게 없음 걍
+
엘리자베스와 수가 동시에 존재하게 될 때 수가 리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진짜 보기 괴로우면서도 뭔가 알겠는 느낌이 들더라 나도 그렇게 다른 시간대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은 적이 많았어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