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3.5] 총을 든 스님
2025.01.08

총을 든 스님 

The Monk and a Gun

2023

 

왕정제에서 민주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부탄을 소재로 한 영화. 부탄은 아마 (짧은 식견으로)내가 아는 민주주의의 역사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왕이 전제군주제를 포기하고 스스로 퇴임하며 국민이 스스로 지도자를 뽑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화가 개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왕이 건재한데 굳이 새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필요성도 모르는 주민들에게 모의 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 축 중 하나다. 그런데, 그건 알겠고, 왜 총이? 왜 주지 스님은 총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관객도 작중 등장인물들도 이에 대해 골몰하지만, 최후반부 주지스님이 말을 채 마무리짓기도 전에 아! 하고 깨닫게 된다. 명료하고도 납득이 되면서 아주 마음이 충만해졌다.

 

"바다 너머에서는 이 권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우다가 죽기도 해요." 정말 기분이 이상한 대사였다. 평소였으면 '음, 그렇지. 지금도 홍콩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던데.' 하고 말았을 텐데. 2023년의 영화가 세월이 지나 2025년 1월, 지금에 개봉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