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성냥공장 소녀
2025.05.23
성냥공장 소녀
Tulitikkutehtaan Tyttö
The Match Factory Girl
1990
이번에도 사낙타 이후로 좋아하게 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60분 남짓의 짧은 영화다.
이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면 감정이 거의 표출되지 않는 무미건조한 인물들과, 감정을 담아내는 노래의 엇갈림일 것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세계에서는 모두들 무표정하고 무감정하지만 오직 음악만은 감정을 잘 담아낸다. 가사는 꽁꽁 숨기고 있는 인물들의 심리를 드러내는 요소다. 그리고 그 음악 선정이 나는 너무 좋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에서도 라디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뉴스가 종종 나왔던 기억이 있다. 2023년의 영화였다. 그리고 1990년의 영화인 '성냥공장 소녀'에서는 천안문 항쟁에 대한 뉴스가 종종 나온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그가 조명하는 것이 2023년의 우크라이나와 1989년의 천안문이라니. 멀리 있는 사람들의 처절함과 투쟁에 나름대로 연대하는 방법일까?
성냥공장 기계들이 쉴새없이 돌아가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장면은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엔딩도 마음에 든다. 복수하고 싶은 자에게 쥐약을 먹여 독살한 이리스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앞장서서 공장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이리스가 없어져도, 공장은 그대로 가동된다. 그리고 그대로 영화가 끝난다.
왓챠에서 관람했으나 자막 질은 그닥 좋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