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착위
2025.06.02
착위
错位
Dislocation
1986
중국 영화.
회의에 참여하기 싫어하는 고위 관료이자 과학자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들어 로봇을 회의에 참가시킨다. 그러나 로봇은 갈수록 과학자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완벽하게 흉내내어야 할 로봇은 담배를 배우고 여자친구를 사귄다. 회의를 줄이라는 공문이 내려오자 자신의 쓸모가 없어짐을 깨닫고는 그 공문을 숨기기까지 한다. AI나 로봇이 자아를 얻고 창조주인 인간과 갈등을 빚는다는 내용은 사실 별다르게 특별한 내용은 아닌데다 사실 질릴 정도로 클리셰적이다.
강렬한 붉은색이 스크린을 통째로 덮는 연출이 많다. 공산당 치하의 관료주의에서 노동자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까? 너무 강렬한 붉은색이라 좀 눈이 피로하기는 했으나 그런 면도 꽤 싫지 않았다.
과학자는 연구를 하고 싶어하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회의를 수십 개씩 잡는 이유는 그것이 정부에서 권고한 바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이데올로기 선전 도구다. 스스로를 마모해가면서까지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에 반항하고자 하는 사람의 삶이란 무엇인가... 영화 뿐 아니라 우리 역시 '업무하는 자신'과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신'을 엄격히 구분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퇴근하고 나서도 업무는 계속해서 삶에 침식된다. 필연적으로 자아의 충돌은 위협과 불쾌감을 낳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