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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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4.0] 신성한 나무의 씨앗
2025.06.11

신성한 나무의 씨앗
The Seed of the Sacred Fig
دانه‌ی انجیر معابد
2024
 
'지금 반드시 목격해야 할' 보다 이 영화를 수식하기에 충분한 건 없는 듯
중간중간 나오는 틱톡 인스타 영상들이 연출된 게 아니라 실제 시위현장을 촬영한 것이라길래 너무 마음이 이상해지고 보기가 괴로웠다
국가폭력에 순응하는 집행자는 처음부터 곪아 있는 존재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나는 위에서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기위로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는 스스로 가족을 신경쓰는 자상한 아버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국가폭력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앞잡이를 하는 그는 사랑한다고 하던 가족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보인다.
가족에게 헌신하며 남편에게 져주기만 하던 어머니는 당연히 아버지의 평판 때문에 시위에 휩쓸린 딸의 친구를 매정하게 대하지만 뒤에서는 내심 걱정한다 딸을 위해 거짓말쟁이를 자처하고 네 말에 따르지도 입 다물지도 않겠노라 하는 나즈메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들이 속속 잡혀가고 부당하게 폭행당하는 걸 바라보던 걸 넘어서 가부장의 압력과 공권력의 압력에 그건 부당하다고 하는 레즈반을 닮고 싶다.
가장 어리고 세상물정 모른다는 소리를 듣던 사나야말로 가장 행동력 넘치는 인물이었고 그 용기가 모두를 구한 것이다.
 
 
 
엔딩이 정말 좋다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 있는 대치상황에서 사나는 아버지를 쏜 게 아니라 아버지가 서 있는 바닥을 쏘았고 바닥은 속절없이 무너져 아버지를 잡아삼켰다. 아버지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공고한 체제는 사실 총탄 한 발의 충격으로 쉽게 무너질 만큼 위태로웠던 것이고 그렇게 체제에 부역하는 아버지를 체제와 함께 매장해버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무화과나무Fig속인 인도보리수는 여러 국가에서 신성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인도보리수가 나무 위에 뿌리를 내려 원래 있던 나무를 휘감아 죽여버리는 습성을 신세대가 구세대에게 반항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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