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4.0] 본인 출연, 제리
2025.06.12

본인 출연, 제리
Starring Jerry As Himself
2023

 

아니말도안돼

이런영화가존재할순없어

스포일러없이 말하고싶은데 스포일러를 안할수가없네 근데 진짜 하염없이 오열했고

엔딩이 너무 완벽할 정도로 좋음

 

 

 

 

이하 스포일러

 

 

 

이런 식의 메타픽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근데 진짜 시작하자마자 '이거 실화임' 하고 대문짝만하게 그리고 한참 보여주는데... 그래서 너무 괴로웠다 한평생 성실하고 선하고 정직하게 살던 사람이 사람을 너무 믿는 바람에 악의에 휘말리는 것이 정말 보기 괴로워서. "너무 사람을 잘 믿네, 바보도 아니고 그걸 믿어?!" 라고 다그치지만 사실 사기당해 가장 속상한 건 본인일 테고. 그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불신이 현대의 덕목이 되는 것은 보기 썩 좋지 않다. 나는 사람을 믿고 싶기 때문에...

사실 나같은 사람은 젊으니까... '아 이거 보이스피싱 같은데?;;' 하고 느끼고 만단 말임. 근데 본인은 얼마나 두려웠을지 싶고, 알츠하이머 진단받은 것도 겹쳐져서 그냥 아,.,,

영화에서 제리는 보이스피싱범이 시키는 대로 사진을 찍고 잠복을 하며 스스로가 '007의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느꼈더랬다. 단순히 피싱범들은 성취감을 쥐어준 것 뿐인데. 그래서 제리의 감각이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화면비 변화가 좋았다. '현실'로 돌아옴과 동시에 제리는 뼈빠지게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하며 살다가 자신이 잊어버렸던 것을 떠올린다. 글쓰기, 연기하는 것... 중간중간 연기와 실제 상황이 뒤섞이는, 이 영화를 촬영하는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같은 것들이 나를 웃게 만든다. 제리도 사기를 당하고 병을 진단받아 절망하다가도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해맑게 웃는다. 자신 같은 피해자들이 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가방 두 개만 덜렁 들고 당도한 아메리칸드림에서 다시 가방 두 개만 덜렁 들고 고국으로 떠나가는 쓸쓸함이란 무얼까. 그리고 영화가 끝난 줄 알았을 때 "저라면 관객에게 희망을 줄래요. 영화가 끝난 뒤 '두 달 뒤'라는 자막이 나오며 제리가 대만에 있는 거죠..." 하며 제리의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꼭 그것이 동정할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게 아름답다.

 

728x90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