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2025
사실 PTA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디카프리오도 그닥 좋아하지 않고 포스터가 너무 양산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같아서 이건 안 본다 싶었는데 아니 글쎄... "너무 재밌어"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은 걸 뽑으라고 한다면 씨너스와 원배틀 사이에서 영원히 고민할듯
혁명이나 체제전복을 상상할 때 나도 모르게 이렇게 거창하고 거룩하고 요란한 걸 떠올리고 마는데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내 눈에 띄지 않아도 삶 자체가 투쟁인 사람들을 생각함
그리고 레디캎이 정말 어디에나 있을 후레한 사람이고 계속 그 모습이라는점이 참 좋음
어떤 모습이 되어도 혁명가는 혁명가로 살아야 하는구나 그럴 수밖에 없구나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건 정말 안 되는구나... 퍼피디아가 안주하지 못하고 결국 도망쳤듯이 말임
아주 대단한 역할은 하지 못해도 별 도움이 안 되더라도 한구석에 품고 이질감을 느끼며 평생 사는구나
그리고 씁쓸했던 건 어떤 집단이든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구나 하는 거였음 프렌치75도 크리스마스뭐시기도
암구호를 정하고 위장신분을 만들고 하는것도 결국 아무도 믿을 수 없음을 전제하는 거잖음 그리고 말로야 고문이 두렵지 않다지만 그 상황에서 배신하는 사람도 이해가 됨
뻘하게 경찰이 세르지오에게 '창밖으로 뭘 던졌죠?' 라는 질문에 세르지오가 '쓰레기요' 라고 답한 게 정말 좋음 그냥 둘러댄 게 아니라 레디캎은 유구하게 화이트트래쉬 전문배우였잖음 ㅋㅋㅋ
여하튼 중간중간의 개그코드들도 좋고 이야기적으로도 너무 좋고 연출도 굉장했다는 생각
아 그치만 역시 정말 너무너무 재밌었어 프렌치75와 세르지오의 이민자 네트워크 간의 대비 같은 것이... 거창하지만 기본적으로 불신이 깔려있는 것과 엉성하지만 기본적으로 신뢰가 깔려있는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