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5.0] 서프러제트
2020.09.06


서프러제트
Suffragette

19~20세기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에 대한 영화. 그 시대 여성들의 삶과 처지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19~20세기경의 영국 문학들을 자주 읽었는데, 서프러제트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서술하는 경우도 꽤 본 적 있었다.

우산 혁명 다큐 보고도 했던 소리지만 나는 너무 무섭다... 물론 부당하다는 건 깨닫고는 있는데 그걸 소리 높여서 외치지는 못할 것 같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밥줄이 끊기고 폭력에 노출되고 죽을 위험도 있다는 건 너무나도 무섭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속 편하게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간절하게 바라는 게 있으면 저럴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이 혁명을 처음으로 보고 무의미한 짓이라고 생각하다가 생각이 바뀌기까지의 과정이 좋았다. 모드는 창문을 깨는 서프러제트 운동가들을 보고 처음에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그들의 지향점을 알게 되고, 자신이 여성이자 어머니, 아내, 그리고 노동자, 국민으로 살아온 삶을 깨닫게 된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주인공이 세탁 공장에 다니는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 노동자라는 점도 좋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물결을 이루고 파도가 쓰나미가 되는 과정은 너무 찬란하다.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국왕의 말에 뛰어들어 죽은 에밀리 데이비슨의 이야기는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분신자살하며 노동권 보장을 외친 전태일 열사가 생각나기도 했다. 죽음으로만 보장되는 권리라니 너무 씁쓸하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이야기고, 거기까지 내몰린 사람들이 무섭다.

서프러제트 운동의 영향으로 영국은 1918년 여성참정권을 부분 인정하고, 1928년 완전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놀랍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무려 2015년이 되어서야,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인정되었다. 그렇게 머나먼 일이 아니라는 점이 씁쓸하다. 그 시대도 지금도, 여기도 다른 곳도 싸우는 이유와 주장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창문을 깨고 불을 지르는 것은 폭력만이 남자들이 알아듣는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이에요."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My Own Story)도 읽어보기
++작중 언급된 WSPU는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의 약자로,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조직한 여성 참정권 운동 조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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