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4.0] 엄브렐러 아카데미 S3
2022.07.11

엄브렐러 아카데미 (S3)
The Umbrella Academy (S3)

바냐 하그리브스... 평생 자신을 억누르고 본인의 본질을 모른 채로 부당함을 안으며 살아왔던 캐릭터...가 배우 앨리엇 페이지를 만나서 빅터 하그리브스가 되는 과정... 이 너무 아름답네... 커밍아웃하는 징면 너무 기억에 남음 넌 가족이야 빅터...

시즌 1, 시즌 2는 쓸데없이 자극적이고 보기 힘들다고 느꼈는데 시즌 3 상당히 수작임. 여태까지 엄브아카에 했던 욕들을 철회
하진 않을거고 여전히 이 시리즈는 구린 점이 많지만... 그래도 시즌 3이 너무 좋았다. 시즌4만 안 나오면 정말 완벽한 엔딩일 듯 싶다.
아니 사실 길고 루즈한 건 전 시즌들이랑 똑같고 특정 캐릭터 편애하는것도 너무 잘 보이는데... 빅토르와 엘리슨이 너무 좋아...
결국 피는 이어지지 않고 우당탕탕 매번 싸우기만 해도 어쨌든 가족인 거구나 응...
다시 말하지만 시즌 4 안 나오면 완벽할듯
빅터-엘리슨, 빅터-파이브, 빅터-라일라의 관계가 좋고
세상이 이지경인데 연애가 하고 싶은지 난 제드를 평생 이해 못 하겠구나 싶고
갑자기 분위기 사무라이 일뽕인것도 어이없고
그냥 다 어이없는데...
'빅토르 하그리브스'라는 존재만으로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졌다.
역시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가장 중요한 인물...그니까 주인공은 파이브도 클라우스도 아니고 바냐-빅터가 분명함... 이거 제가 파이브클라우스를 싫어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짭니다.

하.......근데 바냐 하그리브스라는 캐릭터를 엘리엇 페이지가 연기하게 된 게 진짜 운명적이고요.... 심지어 배우의 의견이 영향을 미쳐서 스스로를 빅터라고 부르게 되는 그 과정이 진짜 미친 것 같다니깐...? 엘리엇 페이지로 인해 완벽해진 캐릭터임...
바냐는 종말이 일어나기 전까지 한평생을 본인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실 아니었잖아... 애비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이기 때문에 바냐에게 가스라이팅과 약과 앨리슨의 능력을 써서 본인 스스로를 별볼일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잖아... 이게너무상징적이야... 왜냐하면 이런 류의 가스라이팅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임.
스스로의 능력을 모르고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기대치를 낮추고 살아가는 고분고분한 나약한 여성(지정성별)이 각성하여 자아를 찾고 정체화하기까지의 여정...
엄브아카 자체가 바냐/빅터의 자아 찾기 여정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전혀 몰랐던 바냐가 여러가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너무 아름다움... 퀴어적 시선에서 5.0드립니다.

시즌3 바냐/빅터의 캐릭터성이... 각성까지 한 주제에 너무 무르고 고분고분해서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야 바냐/빅터는... 십수 년을 그렇게 억눌려 살아왔던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음. 시즌2에서는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데 기억을 다 되찾은 시점에서 완전히 그...막나가는 성격일수가 없음. 바냐를 옥죄던 사슬들은 사라졌고 각성하고 스스로를 빅터로 재정체화했으나 십수년간 그렇게 살아왔던 건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테니까...

좋아도 싫어도 일단은 가족이고 weirdo인 본인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건 본인들 뿐이기 때문에 콩가루여도 티격태격해도 오해하고 웬수져도 마지막에는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내 가족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게... 참으로 갓벽합니다. 심지어 이건 서로에 대한 신의가 없는 스패로 아카데미와 대조되어 보여주기 때문에 더더욱.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