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NOPE
현님과 영화관에서
진짜 너무 훌륭했다... 영상미와 음향이 죽여준다고 생각했는데 덩케르크 촬감과 더 페이버릿 음감이라더라. 어쩐지 죽여주더라.
백인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서부 개척극-카우보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다. 미국 사회 속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키앤필 시절부터 그랬다) 감독이니만큼, 서부개척극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풍자겠지. 단순히 과거에 대한 경의나 향수와 회귀가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 온 (백인들의)권위에 대한 전복이란 점에서 마음에 든다. 중간중간 오마주도 오타쿠같고 좋았어요.
미국 사회와 실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좀 난해하고 해석을 이것저것 찾아봐야 한다는 게 단점이긴 한데 그걸 찾아볼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점이 정말 명작이다. 못 만든 영화는 'X발 내가 이 족같은 영화 선해하려고 이런 것까지 찾아봐야 하냐?'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
유인원이 인간 죽이는 추리소설이 있었는데 그거 이름 뭐더라? 하다가 집 오고 씻으니까 생각나는 거 있지...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이라는 작품...
살인사건의 범인이 오랑우탄(유인원)인데... 난폭하게 날뛰던 오랑우탄을 사냥꾼들이 포획하고 조련사들이 채찍으로 학대하며 감금하다가, 탈출한 오랑우탄이 사람들 비명소리에 자극받아 도망치다가 조련사의 가족을 살해한 이야기다.
오랑우탄의 신체능력이 너무 월등했기 때문에 도망치는 오랑우탄을 제때 잡지 못했고, 학대당했던 기억으로 겁에 질린 데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한껏 자극받은 오랑우탄이 흉기를 든 손을 마구 휘두르다 사람을 죽이고 난동을 피웠다.
작중 고디 역시 그랬다. 침팬지 역시 인간과 비교하면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졌다. 지금까지 현실에서 동물 촬영에 대한 윤리의식이 바닥이고, 영화 속에서도 숙련된 말 훈련사의 조언을 무시하는 등 동물에 대한 존중이 없는데 그 당시에는 오죽하겠는지? 방송 촬영 과정에서 고디는 훈련을 빙자한 학대를 당했을 것이 뻔하고, 결국 풍선 터지는 소리+비명소리에 자극받은 침팬지가 사람을 죽이고 난동을 피운 게 '고디' 챕터의 전말이다.
사실 트래비스라는 침팬지가 흥분해 사람을 공격하고 얼굴을 뜯어먹은... 실제 사건도 있기 때문에 꼭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 건 아닐지 몰라도 반가운 것은 사실...
소설 속 오랑우탄은 동물원에 끌려가는 걸로 끝나고 주인공의 표현을 빌리자면 '종신형 선고'를 당하게 되는데...
영화 속 침팬지 고디와 실제 사건 속 트래비스는 경찰에 의해 총으로 사살되는, 그러니까 '사형 선고'를 당하게 되었다는 점이... 하...
결국 인간 외의 것(때로는 백인 아닌 것)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수단으로 대하겠다는 인간의 이기심, 지배하고 통제하고 길들일 수 있다는 자만심이 세 사건의 원인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뭡니까? 인간을 메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