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성스러운 거미
2023.02.09

성스러운 거미
Holy Spider
عنکبوت مقدس
차도르로 성노동자를 목졸라 살해하고, 시체를 둘둘 말아 유기했기 때문에 '거미'.
본인이 불경한 것들을 처치하는 신의 사자라고 믿었기 때문에 '성스러운'.
서양권에서 거미는 요부를 뜻하는 단어였으니 성노동자를 거미라고 비유한 건가 싶었는데.
보는 내내 너무 괴로웠다. 실화 기반이라는 이야길 들을 때부터 그랬지만... 보면서 영화적 전개와 영화적 결말을 계속 기대했다. 속 시원하게 저 사람이 합당한 벌을 받아주기를. 그 어떤 사람도 용서하지 않기를. 그러나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그냥 현실이었다.
사회가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무죄를 부르짖을 때, 아버지를 동경하는 소년이 자신도 아버지가 했듯 불경한 이들을 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을 때, 그렇게 여동생을 눕혀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의 범행을 흉내낼 때.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통감했다.
아들은, 사회는 범인을 동경한다. 아들이 마지막 비디오에서 얘기하고 재연한 살해 방법은 사실이 아니다. 팔로 목을 조르고 무릎으로 가슴을 누른 적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 멋대로 해석하고 살을 붙인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어떤 살인도 멋지지 않았다. 신성하지 않았다. 그냥 더러웠다. 그저 제 유명세에 취해 '거미 살인자' 기사는 없냐고 묻고, 기자에게 도발하고, 의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사실 강간을 하며 즐기고, 그리고 마지막 사형 집행의 순간마저 도망칠 기회만을 궁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