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4.0] 바빌론
2023.02.10

 

바빌론
Babylon
(2022)

 

영화제 벼락치기, 그 세 번째.

 

 

영화가 개 좆같다.

시끄럽고 고막 터질 것 같다. 미국 새끼들은 왜 이렇게 섹스 마약을 못 해서 난리일까? 참 싫다...

일단 들어왔으니 보긴 보다가 1시간 30분 지난 시점부터 집중력이 바닥나 영화관 나가고 싶어서 몸 배배 꽜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영화를 봐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딴 영화에 상을 주려고 노미하는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3시간을 봤다.

그런데 그 순간... 감독이 말을 걸었다.

"자 관객들아 뭔 똥오줌 섹스 좆 같은 거 보느라 수고했고 감독이 엔딩에 신기한 거 보여줄게."

 

그랬다. 존나 신기했다... 뭔 마약 한사바리 한 것처럼 아주 진귀한 경험이었다. 마약의 시각화가 '바빌론'이다.

https://collider.com/babylon-montage-explained/

 

’Babylon’s Montage Explained: What Damien Chazelle Is Actually Trying to Say

“Wait, was that Avatar?” and the rest of your questions answered.

collider.com

작중에서 유성영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퇴물 거물 배우에게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이 재능을 가진 걸 감사하라고, 당신이 퇴물이 될지언정 당신의 재능으로 만든 작품은 영원히 남아, 당신이 죽고 난 뒤에도 네가 죽은 뒤 태어난 사람이 그 작품을 마음에 품게 한다고. 그렇게 어떤 사람을 살게 한다고.

나는 사실 고전 영화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시네필도 아니다. 그래도 이 말이 계속 맘에 남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진 책을 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려진 만화를 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노래를 듣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찍힌 영화를 보고 마음을 뺏긴 적이 많으니까. 당장 스타워즈만 해도 나의 어린 시절을 책임져준 영화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이 그러했듯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너바나가 그랬다.

아티스트에게 이만한 찬사가 있을까? 창작물의 불멸성. 당신의 작품은 후대에도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그 좆같은 3시간을 감수하고서라도 또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로 깊게 울렸다. 그치만 역시 3시간은 길고 중간중간 늘어지는 내용이 좆같다. '1920년대' 고증이랍시고 넣는 쓸데없는 혐오의 범벅 역시 좆같다. 타란티노가 좋아할 것 같다.

씨네필도 아닌 나마저 이렇게 감동이 심한데, 업계인들은 오죽할까? 브래드 피트가 이걸 인생작으로 꼽은 이유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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