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3.5] 이창
2023.03.12

 

이창(1954)
Rear Window

영간펜



히치콕 영화를 언젠가 도장깨기하고자 하긴 했는데... 막상 보려니 힘들다. 재미는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관객-스크린-영화라는 구도를 제프리-창문-수상한 이웃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젠장! 영화인들이란 왜 자꾸 이런 메타적인 작품을 내는 걸까!
솔직히 초반부는 정말 재미 없었다. 중반부나 되어야 히치콕 특유의 긴장감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근데 나 히치콕 영화 딱 두 개 봤는데 감히 특유라고 말해도 되나? 하여튼 그렇게 한참 노잼과 스릴의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다가... 창문 사이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재미라는 것이 폭발한다... '관음'에 대한 말 중에는, '관찰하는 순간 그 세계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재미없다가 갑자기 재밌어지는 지점이 딱 그것이다. 이 세계에 관찰자가 개입하게 되어서, 관찰자를 인지했을 때. 아마 메타픽션물이 인기가 많은 것도 이 이유가 아닐까?
 
알프레드 히치콕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관음증이거나 노출증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거라 자세히는 모른다. 2023년, SNS라는 것이 필수가 된 사회에서 히치콕의 이 주장은 신빙성을 더욱 얻는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전시하고, 누군가는 그 기록을 보는 것을 즐긴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겠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삶은 컨텐츠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비싼 전자기기를 가지고 비싼 브런치를 먹으며 비싼 여행지에서 노닥거리는 삶 같은 것들 말이다. '이창'의 주인공 제프리는 다리를 다쳐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그리고 창밖을 보며 주민들이 무얼 하는지 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무료를 달래는 법이다. 이 창밖을 액정 너머로 치환해보면 현대 사회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극중 인물들은 하루종일 창밖을 보며 이웃집 남자에게 집착하는 제프리를 처음에는 께름직해하지만, 이내 금방 동화된다. 우리는 이런 엿보기 행위가 변태같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행위임을 안다. 하지만 그럴 기회만 있다면, 엿보는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된다면, 그런 도덕과 변경 따윈 내치고 꺼리낌없이 남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레이스 켈리가 정말 아름답다..................... 집안에 그레이스 켈리가 있는데 뭐하러 창밖을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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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대포카메라 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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