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2023 삘룡영화상_1
2023.12.30

익명과 크리스마스 롤링페이퍼에 베스트 영화 10편 뽑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요.

솔직히 이런 거 정할때마다 머리가 터질라그럽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수작이라 별점 5.0 내지 4.5 준 영화<올해에 많긴 했지만요 앗 그렇게 따지면 아쉽긴 했지만 이 분야에선 좋았어,,, 싶던 것들도 있고 아니 솔직히 작품성은 *박았는데 이거 이 점은 좋았어... 싶은 작품이 분명 있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Best 영화 뽑아보면서 분야별로 좋았던 것 아차상 등등을 수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감상이 적혀있다 보니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10.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2022)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10위부터 심상치 않군요.

이 포스터가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합니다. 얼마나 설명하냐면요 스포일러 주의 달아야 할 만큼...

여러분은 '삼각형'이란 단어에서 무엇을 연상하시나요? 제목으로 쓰인 '슬픔의 삼각형'이라는 단어는 모델 용어였는데요(자세한건 까먹음 아마 미간부터 시작하는 표정이 드러나는 어쩌구 부분이었을 거임) 가장 연상하기 쉬운 건 역시 계급적인 피라미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도형은 이리저리 돌려도 똑같다는 점이 이 영화를 설명하지 않나 싶고요.

 

정말 더럽고 비위가 상합니다. 포스터에서 벌써 토하는 사람 두명 있죠? 이 둘만 토를 하면 다행입니다. 1막과 2막 초에서 자본주의의 더러움을 인간의 모순과 위선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줬다면 2막 후반은 대놓고 '자~혹시 못 알아들으신 분 있을까 봐 지금부터 확성기 키고 공지합니다 이 세상은 존.나.더.럽.습.니.다.' 하고 모든 등장인물이 토를 합니다. 구라 안 치고 토를 너무 많이 해서 변기물이 역류하고 그 똥통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나와요. 저 비위 제법 좋은 편인데 진짜 영화관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례술영화 볼 때 팝콘이나 음료수 안 사가는 버릇이 저를 살렸네요.

솔직히 2막 후반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전개도 살짝 산으로 가는 감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끝까지 봤고 3막, 특히 엔딩 장면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삼각형을 아무리 뒤집어도 삼각형의 형태는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듯 쉴새없이 구르고 변화하는 그 속의 계급과 그에 쉽게 적응하나 싶다가도 제 버릇 남 못 주는 사람들의 엉망진창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이것은 남아있는 당시 후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유명한 말이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요. 아무리 주제가 평등, 화합... 뭐 이런 거라고 해도 VIP와 일반 관객을 칼같이 구분해서 자리를 주려고 하잖아요. 맨 끄트머리 자리로 쫓겨난 관객과, 화려한 조명과 함께 스쳐지나가는 '평등' 슬로건을 대비하는 연출이 좋았어요 2막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은 똥물 폭발이랑... 러시안 캐피탈리스트와 아메리칸 코뮤니스트의 대담 중 "군수 산업으로 돈을 번 놈들은 그게 어디서 터지는지는 신경도 안 써. 그냥 팔리면 장땡이라고." 하는 부분이고. 그리고 역시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3막인데요, 사람들은 딱히 모두가 평등해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윗자리로 올라가서 남을 하대하고 부리고 싶어하는 걸 원한다... 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수많은 혁명물이 결국 왕위 찬탈->왕정 존속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요. 제목이 슬픔의 삼각형이고 포스터에서도 정삼각형 모양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데요, 패션업계의 용어임과 동시에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모양이니까... 삼각형이 아무리 혁명이니 전복이니 데구르 굴러 봤자 피라미드 형태고 맨 윗층과 맨 아랫층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 같아서 씁쓸했네요.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코미디 부문

킬링 로맨스 (2023)

너무 유명해서 다들 알겠지만 정말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라 안 치고 진짜로. 물론 확실히 정신 사납습니다.

저는 이것을 '아무리 인기있고 아무리 유명한들 남성 때문에 역경에 빠지고 극복을 위해 남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그리고 그렇게 가스라이팅당해온) 여성에 대한 부조리극.' 이라고 정리합니다.

흔히들 병맛이라고 하지만. 코믹한 캐릭터와 플롯과 과장된 행동과 말투, 경쾌하고 익숙한 노래와 화사한 미장센으로 무장해서 언뜻 안 어우러지나 싶으면서도, 근본적으로 부조리극이기 때문에 어우러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연출의도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런 영화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예술성을 떠나서 솔직히 객관적으로 재밌지 않나요? 이런 영화 늘려 줘.

감상들을 둘러보면 웨스 앤더슨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더라고요. 저는 웨스 앤더슨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본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말이죠 웨스 앤더슨은 모든 배우에게 무표정함과 절제된 행동을 강조하는 편이고 그런 무기질적인 행동과 반대되게 엄청난 량의 대사를 요구한다는 점이 이 작품과 웨스 앤더슨 작품 간의 차이점이겠네요.

얼마 전에 주연배우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 터라 떠올리면 씁쓸해지는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정말 재밌습니다.

 

9.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2023)

정말 운 좋게 국내 시사회 당첨돼서 보러 갔다왔었네요. 눈과 귀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밀도 높은 경험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시사회 당첨좀 되겠다고 진짜 장문의 구구절절문 적었던 게 엊그제같은데...

제가 마블을 접한 게 대충 피터 파커가 본지에서 죽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 그러니까 마일즈 모랄레스가 코믹스에 데뷔했을 때랑 엇비슷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마블 속 히어로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애착 있는 캐릭터 중 하나예요.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이 작품이 5년만에 나오는 전작의 후속작이라는 점도 한몫하지만, 메타적으로 마일즈 모랄레스는 '스파이더맨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팬덤의 냉랭한 반응 속에 꾸준하게 인기를 쌓아온 캐릭터고, 드디어 이 시리즈를 통해 '나는 스파이더맨이고, 너희가 감히 부정할 수 없다.' 라는 선전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네요. 이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마일즈 모랄레스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때 '스파이더맨' 이라는 이름을 거의 항상 박탈당해왔거든요? 왜냐면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에선 피터 파커가 살아 있고, 이름이 겹치면 애니메이션 시청자의 연령층 특성상 헷갈리니까요. 그래서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역설적으로 '스파이더맨'이 수십 수백명이 나오기 때문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스파이더맨'이라고 불릴 수 있게 된 겁니다.

전작 뉴 유니버스(스뉴유) 때 애니메이션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이 이후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스뉴유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연출을 시도하더라고요. 특히 드림웍스가 그랬고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중국 애니메이션들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속편이 5년만에 나온단 얘길 듣고 '아... 솔직히... 스뉴유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처럼 황홀경과 신기함은 못 느끼겠지... 너무 흔해져서...' 했는데. 이럴 수가... 원조는 죽지 않는다...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컨셉 덕분인지 확실히 '다양성'을 의식한 부분들이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원작 이벤트랑 전작이 흥하면서 영미권에선 Spidersona(기반자캐)가 한껏 붐이었는데요, 꽤 인기 있거나 괜찮은 것들은 공식에서 정식으로 역수입해갔고 이 영화에도 나왔어요. 이전까지는 '스파이더맨은 슬렌더해야 한다'가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덤의... 뭐라함 하여튼 그거였는데 대놓고 '아니? 난 비만에 근돼에 신체장애인 스파이더맨 보여줄건데 ㅋㅋ' 한 점이 정말 좋습니다.

근데 솔직히 피로도는 높았고요, 캐릭터 활용 측면에서 아쉬웠던 점이 없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별점 좀 깎았어요.

그리고 이거 본편엔 안 나오던데 예고편 만들려고 일부러 따로 만든 장면이라는 점이 너무 충격임.

후기글은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생략.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씹덕력 ★★★★★

 

 

애니메이션 부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2023)

솔직히 스어유가 정말 좋은 체험이었지만 평단의 상은 이 작품이 받았으면 좋겠네요. 근데 안 될듯. 히사이시 조와 요네즈 켄시의 노래가 정말 일품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정말정말 따뜻해요. 트위터에서 도는 것만 보고 '너네들 진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호통치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할아버지의 지나온 인생 이야길 하면서 '난 이렇게 살았는데 이제 너희들은 어떻게 살려고 하니?' 하고 물어보는 느낌이었네요. 지브리 특유의 포근한 그림체와 수십년간 쌓아온 작품을 기반으로 한 셀프오마주가 정말 훌륭합니다. 물론 오마주 요소 빼도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었어요.

솔직히 마히토는 원한다면 계속 그렇게 살 수 있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이브하게 살 수도 있었다는 점이 인상깊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선택한 거고요.

 

 플라워 킬링 문 봤을 때도 느꼈지만 세계대전 주축 전범국에서 전쟁으로 돈을 벌며 부유하게 살아오면서/미국 자본주의의 기반을 다진 백인으로 살아오면서, 어떠한 역사 안에서 자의는 아니지만 수혜받은 사람의 위치에 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게 있고 무게감이라는 게 있음. 그걸 단순히 '이 사람은 수혜받은 위치에 섰기 때문에 무조건 이 작품은 나쁘다.' 라고 해버린다면 나쁜건 니머리겠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음 왜냐면 애초에 두 할배의 두 작품 다 내수용이고... 계속 기억해야 한다면서 창작물로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기억에 남느냔 말입니다요.

 

 

8. 파벨만스  The Fablemans (2022)

위에 쓴 그어살도 할배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자전영화였지만요 파벨만스는 정말로 스필버그 할배의 인생이구나 싶었어요. 파벨만스 어머니 역 배우 연기를 보고 어머니 보는 것 같아서 울었다는 이야기 진짜 좋아합니다.

Good Films Make Your Life Better...

어린 시절 새미가 좋아요. 영화를 처음 볼 때 저렇게 푹 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니... 저는 제가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아마 니모를 찾아서였던 듯) 너무 어둡고 시끄러워서 나가고 싶다고 징징댔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통제할 수 없는 삶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로 도피하기 위해 어둠 속으로 숨는다' 는 점이 좋았어요. 시선을 둘 곳을 선택할 수 있고, 내 시선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고...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안녕 에리' 에서도 그런 내용이 꽤 나와서 좋아하고요. 여튼 그런 이유로 파벨만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학창시절 새미를 괴롭히던 불량학생이 졸업식 영상을 보고 '현실의 나는 네 영화처럼 영웅답지 않은데, 너는 왜 그 영화에서 날 그렇게 묘사한 거야?' 하고 화내던 장면이었네요. 영화는 감독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옮기는 세상이고, 우리는 감독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거겠죠...

좋다...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영화뽕 ★★★★★

 

 

영화에 대한 영화

바빌론 Babylon (2022)

다들 알겠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똥영화입니다.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하면 세븐 싸이코패스도 정말 좋긴 했는데 역시 바빌론이 좀 더 직관적으로 '영화!!!!!!!!!!!!' 란 느낌이죠...

저는 파벨만스/바빌론/파이어펀치/안녕에리 이 4개의 작품을 '영화정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영화에 대한 작품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요. 파벨만스-안녕에리, 바빌론-파이어펀치가 정말 영혼의 짝이라고 생각해요.

전자가 예술의 아름다운 면을 강조해서 묘사한 거라면 추악한 면을 강조해서 묘사한 것이 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무튼 이 영화는 정말 더러운데요, 앞서 10위에 꼽았던 '슬픔의 삼각형'과 이 영화 중에 더 더러운 게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진지하게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근데 아마 바빌론이 더 더러운 듯? 근데 음,,, 하,,, 모르겠다,,, 이 글은 야식으로 피자를 먹으면서 작성되고 있습니다. 피자 먹으면서 코끼리 똥구멍 다이빙과 변깃물에서 헤엄치기 중에 뭐가 더 더러운지 생각하는 제 인생이 제일 더러워 보입니다.

https://youtu.be/LI6TR5Wd28A?si=PDI9DbMMdVjs-1Zw

이 장면 딱 하나 때문에 더러웠던 앞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났습니다. 그리고 그냥 '아름다운 영화' 라고 뇌리에 박혔는데, 그 때문에

아 아름다운 영화 보고 싶다>바빌론 관람>아 더러워>엔딩장면 봄>아 아름다운 영화다>아름다운 영화 보고싶다 뭐보지>바빌론 관람

이라는,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 넣어보는 짓을 영원히 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싱잉인더레인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성인가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인식이 강했던 작품이네요. 적극적으로 사랑을 비를 타고 속 롤을 작중에 대입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진짜 재밌는 코미디 영화란 말이죠? 울음이 날 만큼 감동할 구석은 없었는데도(주관적이고 우신 분이 있다면 ㅈㅅ합니다) '암 씽잉~인~더 레인~' 하는 노래가사가 나올 때 닭똥같은 눈물 또륵또륵 흘리다가 천천히 미소짓는 매니가 정말 좋아요. 유성영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놀림거리가 됐던 여배우에게서 넬리를 보았기 때문이었겠죠...

감독: 관객들아 좆같은 영화 보느라 수고했고 엔딩에 신기한 거 보여줄게.
당신이 재능을 가진 걸 감사하라고, 당신이 퇴물이 될지언정 당신의 재능으로 만든 작품은 영원히 남아, 당신이 죽고 난 뒤에도 네가 죽은 뒤 태어난 사람이 그 작품을 마음에 품게 한다고. 그렇게 어떤 사람을 살게 한다고. 나는 사실 고전 영화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시네필도 아니다. 그래도 이 말이 계속 맘에 남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진 책을 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려진 만화를 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노래를 듣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찍힌 영화를 보고 마음을 뺏긴 적이 많으니까. 당장 스타워즈만 해도 나의 어린 시절을 책임져준 영화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이 그러했듯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너바나가 그랬다. 아티스트에게 이만한 찬사가 있을까? 창작물의 불멸성. 당신의 작품은 후대에도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것. 그렇게 영원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그 좆같은 3시간을 감수하고서라도 또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로 깊게 울렸다.

 

 

7. 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2023)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상냥한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보따리 같은 느낌이었다면 스콜세이지 할아버지의 플라워 킬링 문은 심기 불편한 할아버지가 구둣주걱 들고 나와서 '미국놈들아 열살짜리 애처럼 왜 말을 안 듣니!!!!!!!!!!!!!!!!!!!!!!!' 하고 호통치며 구둣주걱 흔드는 느낌이었죠...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오세이지족이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 보호 구역으로 가게 되었는데, 보호 구역에서 유전이 터지고 그 유전의 주인이 되는 바람에 백인들이 아 저 돈 내껀데 하고 배아파하다가 조직적 살인을 했다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일단 영화가 깁니다. 3시간 30분이나 합니다. 저 2시간 55분짜리 더 배트맨 보다가 영화 끝나면서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방광염 있는 사람은 영화를 보지도 말라는 걸까요? 정말 너무합니다. 근데 정말 너무한 점은 3시간 30분씩이나 되는 영화면 쓸데없는 부분 들어가서 사람 빡치게 만드는 장면이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플라워 킬링 문' 이라는 국내 정발명(심지어 번역도 아님)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오세이지족을 죽인 건 오세이지족 사람들에게 대대손손 물려내려져왔던 오컬트적 민담이 아니라 너무나도 확실하게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라워 문(풍요)의 살인자(인간)들. 이어야만 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엔딩 장면이 정말로 기억에 남습니다. 진짜 충격이라 입 뜨억 벌림. 그런 연출일 줄 몰라서. 

저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이 영화 개봉소식 뜨고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사실에 대한 전달이면서도 이 사건을 단순히 오락거리,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릴리 글래드스톤의 연기가 정말 소름돋습니다.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긴박감 ★★★★★

 

실제 사건에 대한 영화

성스러운 거미 Holy Spider (2022)

영화제 벼락치기 할 때 본 건데 정말 마음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이란의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피해자들이 전부 성노동자고 기자인 주인공이 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성노동 묘사와 살인 묘사가 제법 있어서 보기 힘들었던 영화네요. 물론 그 묘사가 없었어도 영화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어떤 분위기가 사람 숨을 턱턱 막히게 합니다.

뻘하게 '거미 살인범'에 대한 영화래서 영화 보기 전에 예로부터 거미는 요부를 상징하는 동물이었으니 '거미 살인자' 라는 말은 살해당한 대상, 그러니까 거미=성노동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차도르로 결박했다는 살해 방식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이런 영화를 볼 때는 범인이 잡혀서 합당한 벌을 받는 결말이면 좋겠다, 뭐 그런 걸 원하는데 세상은 녹록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정말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제발 영화적 연출과 영화적 전개를 보여주길... 하면서 숨도 못 쉬면서 봤는데 아니더라고요. 영화관 나오면서 이 사회가 저를 짓누르는 느낌 때문에 너무 힘들고 후유증이 오래 남았던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본인들은 스스럼없이 매춘부에게 돈을 쥐여주며 성을 사는 주제에 '매춘부는 죽어 마땅한 사람' 이라고 규정하고 신의 이름을 빌어 처단한다는 발상 정말 무섭기 그지없습니다. 일단 연쇄살인은 연쇄살인이니 경찰도 조사를 하지만 시큰둥하고,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매춘부 살인자를 칭송하며, 영웅으로 부르짖고, 순교자라고 부르며 흉내내는데 이게 제가 2n년 본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웠습니다.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