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으러가야돼서급하게씀 저녁추천해주싷분
3. 괴물 怪物 (2023)
저 일본영화 안 좋아합니다. 고레에다랑도 감성이 미묘하게 안 맞습니다. 그런데 진짜 재밌게 봤어요. 제목 보고 무슨... 인체개조 SF인 줄 알았는데 왜였을까요? 근데 돼지 뇌 이식 이런 얘길 하는데 제가 착각하는 게 좀 당연한 거 아닌가?
각기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건 정말 신기하네요... 모든 게 의문스럽게만 느껴지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퍼즐 맞추듯이 머릿속에서 짜맞춰지는 이 느낌 정말로 쾌감이 장난 아니군요. 그래서 그런가 처음 봤을 때랑 두번째 봤을 때의 느낌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저도 되게 편향적인 인간이라 상황 제 좋을 대로 해석하고 한 사람 이야기만 듣고 선악을 단정짓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데 많이 반성했어요. 그치만 입체적으로 사실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건 여전히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잉잉.
그리고 사카모토 류이치는 '신'이다.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OST 부문
상견니 想見你 (2022)
시간여행물이라는 걸 감안해도 독보적으로 정신 사나워서 별로 좋아하는 영화는 아닌데요 OST들은 전부 기억에 남습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이런 시간여행물에서 관련된 트리거가 되거나 되돌아옴을 알리는 특정 요소 같은 걸 좋아하는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의 Secret이나 러시아 인형처럼의 Gotta Get Up도 인상깊게 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Last Dance도 정말 행복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Last Dance 보다는 눈물이 기억해 쪽이 더 좋네요. 영화보다는 100분짜리 뮤직비디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https://youtu.be/FqOKG89L5Lo?si=_vMx3iuymAkuD1MV
2.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2021)
오랜 서브컬쳐 씹덕질 경력으로 익숙한 그 원탁 이야기 중에서도 녹색 기사와 가웨인 경을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예전부터 소문이 자자하길래 꼭 봐야겠다 마음만 먹은 지 n년이 지났습니다만 이걸 왜 진작에 영화관에서 못 봤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분노하는 것밖에 할 수 없더군요... 녹색 기사 이야기 유명하지 RGRG 하고 맘 편하게 보다가 털릴때 당황해서 자세 고쳐잡고 봄.
정말 모든 장면이 연출적으로 훌륭하고 군더더기없어서 눈이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버석버석하고 처절하고 불안한 분위기도 좋았고 아무튼 한번 더 보고 싶어요. 엔딩은 개인적으로 원전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연출은 역시 카메라의 방향을 이용한 연출이었네요!!! 연출 문외한인데도 이거 보고 카메라 연출 쪽 공부해보고 싶어짐.
그리고 배리 키오건 이니셰린 때도 그렇고 완전 살아있는 신화생물 저예산 CG처럼 생겨서 좋음.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눈이 즐거운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2023)
폭룡적으로 화사한 화면이 흉기 수준으로 아름다웠던 영화입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웨스 앤더슨 특유의 무기질적이고 기계적인 연기와 어우러져서, 삽화가 엄청나게 예쁜 두꺼운 책을 소리 내서 읽는 느낌이랄지 시청각적으로 꽤나 자극을 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데 아름다운 거랑 별개로 영화를 하나도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원래 웨스 앤더슨이 이해할 수 없는 영화 만들기 장인이 아니냐고 한다면 그것도 그런데요, 애초에 이해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웨스 앤더슨 본인도 본인이 찍고 이해 안 됐을 듯. 전개 자체도 굉장히 당황스러운데 극중극 형식이라 혼란감이 가중되고 또 과학 영재들이 캠핑 왔다는 설정이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왕왕 해댑니다.
세트장과 창문을 이용한 연출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엄청나게 공을 들여 배치한 게 느껴져요. 감독의 완벽주의적이고 컨트롤프릭적인 성향이 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합니다.
1. 컨택트 Arrival (2016)
인터스텔라는 허상이다.
저는 과학의 자의식과잉이 정말 싫습니다. SF는 결국 인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자의식과잉 미친 과학만능주의자들은 오오 오직 과 학 만 인문학은 필요없어<이딴 취급을 하는 게 정말 싫지 말입니다... 그래서 오펜하이머 개봉할 때쯤 '보기 전에 과학사 공부해가세요', '핵분열 원리 공부해가세요' 하던 새끼들이 싫습니다. 과학 재밌지... 재밌지 근데 니들은 싫다.
아무튼 간에 대놓고 '과학만능주의는 허상임 ㅋㅋ' 하는 영화라 행복했네요. 외계인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형의 무언가가 아닌 것도 몹시 호감입니다. 인류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간우월주의에 젖지 않는 이야기가 어떻게 실존할 수 있는 거죠????
제가 왜 이걸 개봉 당시에 안 봤을까요????? 아마 그때는 영화관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랬을 텐데 아무튼 나도 이거 극장에서 보게 해줘 진짜
분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분쟁을 꺼뜨릴 수 있는...
원형으로 순환하는 수미상관의 아름다움이란...
미장센 ★★★★
독특함 ★★★★☆
전개 방식 ★★★★☆
재개봉좀 ★★★★★★★★★
아깝게 BEST 탈락한 영화
애프터썬 Aftersun (2022)
어린 시절 함께 여행했던 기록을 통해 아버지의 자취를 좇는 영화랄까요. 같이 맛있는 거 먹고, 당구 치고, 이야기하고, 그냥 여행 하면 떠오를 그런 평범한 것들을 하는 영화인데요, 캠코더로 찍은 홈비디오같은 화면도 좋았지만 반복되는 장면 속에서 마냥 어린 시절 기억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이면이 보일 때 그 안쓰런 감정이 하... 아십니까?
묘하게 아버지가 유독 나이에 예민하게 굴던 장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불안정해 보이고 안쓰럽고 당장이라도 파스스 사라질 것 같은데 소피의 시선에서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으니까 답답하고... 아버지는 소피한테 '나한텐 무슨 이야기든 해도 돼.' 라고 말하지만 자기 슬픔은 절대 알려주지 않고 꼭꼭 숨죽여 걸어잠그고 이게...
올해는 엔딩이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많았지만 터벅터벅 문을 향해 걸어가던 아버지 모습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샘이 터질라 합니다. 엄마야~
솔직히 너무너무 잔잔한 영화라 집중이 잘 안 되던 영화였고 졸리기까지 했었던 작품이지만 (실제로 저는 영화관에서 졸았습니다. 조조였는데 영화관에 코 고는 소리가 얼마나 많이 들리던지.) 깊은 감정선 때문에 쉽게 놓아주기 힘든 영화였네요.
그나저나 이런 추억이 있다는 건 정말 부럽군요 웅얼웅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