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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4.0]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2024.01.01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桐島、部活やめるってよ

2012

 

 

정신병으로 점철되고 우울했던 방황하던 학생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계속 이런 틴에이저 성장물만 보면 눈물을 흘려버리는 걸까? 고등학교 졸업한 지 이제 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좋다. 정확하게는 고등학교 배경이랄지, 마음껏 좋아하는 걸 하고 방황하고 왁자지껄한, 최소한의 책임이 수반되는 그 시절을 부러워하는 걸지도, 어쩌면 그곳에 나를 투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래희망은 영화감독이야? 아카데미 상 탈 거야?"
"영화감독은 못 되겠지."
"그럼... 어째서 이런 볼품없는 카메라로 굳이 영화를 찍는 거야?"
"그건... 그치만, 아주 가끔씩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랑 지금 우리가 찍는 영화가 연결됐다고 생각될 때가 있어. 정말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그냥 그게 좋으니까."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취미라는 건 부럽다. 취미가 자기계발의 일환이거나 꼭 장래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작중에는 나오지도 않는 잠적한 키리시마를 애타게 찾는 것처럼, 불안하고 쫓기듯이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름다운 작품.

되는 놈과 안 되는 놈. 주인공과 엑스트라.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 삶 속에서, 되는 놈, 주인공, 주류가 아니면 의미없다고 치부하고 탈락자 집단이라고 취급하는 사회 속에는 당연하게도 안 되는 놈, 엑스트라, 비주류가 더 많다. 묘사되는 것으로 견주어보건대 키리시마는 완벽히 전자이고, 그런 주인공이 사라지자 당연히 이야기가 혼란에 휩싸인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야기의 바깥,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키리시마의 부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걸 계속하며 언제나처럼 살아갈 뿐.

초반부 취주악부 부장이 자리를 비켜달라는 영화부에게 '너희들, 장난하는 거면 돌아가. 난 진지하게 부활동에 임하고 있는 거라고.' 라고 화내던 장면이 좋았다. 그 장면에서 취주악부 부장은 전혀 진지해보이지 않았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던 영화부 부원들이 자신의 부활동에 더욱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다. 키리시마를 찾아 옥상에 올라왔다가 영화부 소품을 발로 걷어차던 운동부도 그랬다. 주류 그룹은 언제나 비주류 약소 그룹을 하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부가 정말 진지하게 부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도 오늘도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

 

 

2024년 첫 영화는 시간 지난 관계로 바빌론이 되었지만, 기념비적인 2024년 첫 포스트!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