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55%
태양은 가득히
[4.0] 룩 백
2024.09.16

룩 백
ルックバック
Look Back
2024

이 애니메이션의 시작은 길고 긴 롱테이크 씬이다. 벌써부터 아, 후지타츠가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인 룩 백 만화책을 좋아해서 보기 전날도 다시 한번 읽었다. 나는 이 만화가 룩 백, 누군가의 등 뒤를 좇으면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라는 게 좋다. 열등감이면서 호승심이면서 목적인 그것. 맨 첫 페이지의 맨 첫 패널 맨 위와 맨 마지막 페이지의 맨 아래를 합치면 작가가 좋아하는 밴드인(그리고 나 또한 좋아하는)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가 된다는 점도 좋다. 마지막 페이지에 잠깐 나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소재를 활용한 것도 좋다. 그림이며 연출이며 오마주며 인풋과 아웃풋 모두 확고한 사람이라 좋다.
아무튼... 원작을 몇 번이나 읽어서 분명 다 아는 장면인데 꼭 똑같은 장면에서 눈물이 난다. 중학생 때까지 나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연습장 한 권을 사서 친구들이랑 같이 그리고, 필기하는 노트 한구석이나 교과서의 빈 자리에 종종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리곤 했다. 나도 그림을 취미로나마 계속 그려봤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체인소 맨 보다는 파이어 펀치가 좋다. 유혈이 낭자하고 범죄적 소재를 써서 자극적이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고하다. 만화가이면서 멈춘 지면에 영화적인 연출을 집어넣는다는 점이 좋다. 만화로 최대한 영화를 구현한다는 하이브리드한 연출가이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 역시 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최대한 정적인 만화를 구현하고자 한다. 불호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사실 나는 그 점이 좋았다.
영화관 장면에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안녕 에리' 의 오마주도, 후지노가 그리는 만화책 표지에 살짝씩 보이는 '체인소 맨' 오마주도 너무 좋았다.

제발 다음엔 안녕에리 영화화요... 제발

ⓒ yunicorn